탈북민의 사회적응과 부적응
들어가면서
2024년 9월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34,259명입니다. 그들 중 유럽을 비롯한 제3국에 재이주하는 사람들과 사망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2023년 5월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수는 30,866명입니다. 2024년에 통일부에서 밝힌 「북한이탈주민 입국현황」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천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다가 2020년부터 현재까지 그 수가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과반수는 사회정착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탈북민에게 있어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언어만 어느 정도 통할 뿐 낯선 사회입니다. 그 가운데서 누군가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본 발제는 탈북민의 사회적응 실태를 살펴본 후,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사회적응 실태
사회 만족도와 생계 상황
남북하나재단에서 15세 이상의 탈북민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3.%가 “남한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18.1%가 “보통”이라고 답변했으며, 2.6%가 “불만족”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탈북민 정착실태와 경제활동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고용률 조사에서는 60.5%로 조사이래 가장 높게 나왔으며, 실업률은 4.5%로 가장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탈북민의 사회정착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생계적인 긴장감이 발견됩니다. 2023년 12월 24일 “데일리안” 기사에 따르면, “서울연구원이 19세 이상∼60세 미만 서울 거주 탈북민 대상으로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1월 16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37.7%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1년간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률은 69.4%에 달했습니다. 한 달 생활비는 58.7%가 100만원 미만이었고, 100만∼200만원 29.3%, 200만∼300만원 8.3%였습니다. 300만∼400만원은 2.0%, 400만원 이상은 1.7%에 그쳤습니다. 생활비 최다 지출 항목에서는 식비(35.3%), 교육비(15.7%), 주거 관련 비용(12.3%), 부채상환(12.0%), 월세(11.7%) 순으로 나왔습니다. 서울시 거주 탈북민의 46.3%는 공공임대주택(하나원에서 배정받은 집과 그 외 공공임대)에서 살고 있었고, 28.7%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 13.7%는 전세 거주 중이었습니다. 본인 소유의 집에 산다는 응답률은 5.7%였습니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탈북민이 한국생활에 만족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실상을 파고들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자리 확보와 거주지 이동
탈북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려면 무엇보다도 일자리부터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의 입장에서는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탈북민들은 주변의 인맥을 동원하고 취업광고를 살피는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던 다수의 탈북민은 일자리 확보를 위해 경기도 권으로 이사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통일부에서 발표한 탈북민 지역별 거주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한 탈북민의 수는 6,355명이며, 경기도와 인천시에 거주한 탈북민의 수는 14,129명입니다. 서울에 비해 경기도나 인천시에 두 배가 넘는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자리 확보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탈북민의 85%는 노동 적령기인 20대~50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서울지역보다는 경기도권에서 일자리 찾는 것이 쉬울 것입니다. 그래서 거주지를 그곳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성교회에 소속된 교우들의 상황만 놓고 봐도, 거의 대부분의 탈북민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들은 서울에서보다 경기도에서 보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범법행위
탈북민의 사회정착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는 범법행위입니다. 2021년 10월 29일 “자주시보” 기사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국에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8,8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 중의 약 20%인 1,697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899명은 형사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중 폭력 603건, 절도 64건, 상해 58건, 위·변조 46건, 사기 35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10월 11일 “파이내셜” 기사에 따르면, 전국의 교도소에 수감된 탈북민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탈북민 수감자는 2018년부터 145~180명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66명이 수감되었습니다. 죄명으로 보면 가장 많은 건 마약류입니다. 마약사범은 2019년부터 매년 50명대를 이어가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53명을 기록했습니다. 사기횡령은 매년 20건 전후, 살인사건은 11~17건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탈북민 범죄율을 파악하지 않고, 마약중독 예방교육도 늘리지 않아 탈북민을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탈북민의 71.9%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범죄 피해 집계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통일부는 윤호중 의원에게 범죄율과 마찬가지로 현행법상 사유 없이 조회가 어렵다는 이유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돈의 힘, 쾌락의 힘이 요동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탈북민의 범법행위가 사라지려면 준법교육과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그들의 의식이 기독교 정신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정신은 탐욕과 범죄의 길로 향하는 인간의 발걸음을 사랑과 의의 길로 돌려세우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통계의 의혹
2019년 탈북민 모자의 아사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는 탈북민의 복지와 자살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탈북민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의 자살률보다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2022년 1월 13일 “세계일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2016년∼2020년 탈북민 사망자 10명 중 1명의 사인이 자살로 집계돼 일반 국민의 자살률 대비 2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통일부는 “탈북민의 자살률은 일반 국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006∼2020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탈북민 27.3명, 일반 국민 27.1명으로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떻게 통계를 하는가에 따라, 자살률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자유를 찾아 생명을 걸고 이 땅에 온 탈북민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탈북민의 자살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 사회로부터 받는 편견이나 차별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견과 차별
탈북민의 사회정착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끝으로 편견과 차별입니다. 2022년 2월 2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에서는 국내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동포와 탈북민을 국내 이주민 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교류 부족으로 꼽았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중국 동포와의 교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 탈북민과의 교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2%에 그쳤습니다. 반면에 전체 이주민과의 교류 경험은 41.9%에 달했습니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감지할 수 있는 또 다른 통계조사들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발표한 「2024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17.5%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과반수의 응답자들은 탈북민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15세 이상의 탈북민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서는 지난 1년 간 차별이나 무시를 경험했다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6%로 나왔습니다.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이유로는 72.8%가 말투나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달랐기 때문으로 봤으며, 45.5%는 남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탈북민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세금부담 증가 등) 때문으로 봤습니다(복수응답 방식으로 설문조사가 진행 됨).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모 탈북민은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시 모 병원에 취직하여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병원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수간호사가 되고 간호부장까지 되자, 일부 간호사들이 탈북민 간호사의 지시를 받을 수 없다고 항의 했으며, 결국 세 명의 간호사가 병원을 떠났다고 합니다. 다음은 송파구에 있는 모 어린이집에서 있은 일입니다. 모 탈북민은 그 어린이집에 취직하여 주방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탈북민이 만든 음식을 먹일 수 없다고 항의하여 퇴사해야만 했습니다. 이 외에도 탈북민이 한국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은 수없이 많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편견은 사회의 마지노선입니다. 편견이 심해지면 차별이 발생하고, 차별은 갈등과 분노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어 사회의 평화를 위협합니다. 어느 사회에나 편견은 있습니다. 한국 사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단, 편견에서 그쳐야지, 편견이 심해지면 차별로 이어집니다. 차별은 사회의 불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이상사회는 편견이 사라지는 사회입니다. 편견이 사라지려면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주 만나야 합니다. 한국 사람과 탈북민이 자주 만나 서로의 삶을 나눌 때 편견의 벽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교회는 그 역할을 선두에서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사회
영국의 지성인이자 탬플턴상 수상자인 조너선 색슨이 자신의 책, “사회의 재창조”에 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나그네(이주민)에게 세 개의 서로 다른 사회가 초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첫 번째 사회는 별장 같은 사회입니다. 나그네는 근사한 별장에 초대받은 손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곳의 현지인들은 기꺼이 문을 열며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단, 나그네가 그 사회의 주인이 되려면, 현지의 주류집단에 동화되어야만 합니다. 주류집단에 동화되지 않는다면 늘 손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두 번째 사회는 호텔 같은 사회입니다. 나그네는 화려한 호텔에서 투숙객처럼 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단, 그곳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에는 어떠한 주류문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런 사회는 통합보다는 분리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사회는 고향 같은 사회입니다. 나그네는 주류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누군가가 건설한 사회에 들어가 손님처럼 머문다든지, 일정한 계약을 맺고 정해진 자유를 누리는 사회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사회의 주류와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의 통합된 사회를 만듭니다. 주류와 비주류 모두에게 정체성의 가치가 부여됩니다. 주류집단은 나그네가 비록 자신들과 다르지만 함께 공공의 선을 창조합니다.
나그네에게 가장 바람직한 사회는 세 번째 사회입니다. 조너선 색스는 나그네에게 필요한 사회가 세 번째 사회인 이유는 서로가 동화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통합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로의 존재를 수용하며 살 때,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완벽히 다른 존재라면 우리는 소통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완벽히 똑같은 존재라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할 말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조너선 색스에 따르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며,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 사회의 문화는 보다 풍요로워지게 됩니다.
조너선 색스가 말했던 ‘별장 같은 사회’, ‘호텔 같은 사회’, ‘고향 같은 사회’ 중에서 한국 사회는 탈북민에게 어떤 사회로 비춰지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탈북민 사회정착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에게 있어서 한국 사회는 ‘별장 같은 사회’입니다.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 한국 사회는 탈북민에게 ‘한국사람화’ 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한국사회가 당신들을 잘 받아 줄 것이며, 당신들은 이곳에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되고 있습니다. 탈북민이 아무리 ‘한국사람화’ 되어서 한국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도 탈북민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편견과 차별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람화’된 탈북민은 회사에 입사할 때, 굳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탈북민을 수용하는데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사회가 탈북민에게 있어, ‘별장 같은 사회’가 아닌, ‘고향 같은 사회’로 자리매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을 “나가는 말”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나가는 말
한국사회에 농후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북민을 ‘한국사람화’ 시켜야 한다는 의식을 내려놔야 합니다. 그리할 때,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통일은 또 다른 재앙을 몰고 올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3만여 명이 5천만 명이 사는 한국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을 감수하며 어떻게 하나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통일의 날이 이르면 한국 사회는 2천 만의 북한 백성들을 만나야만 합니다. 그때 발생하게 될 가장 큰 문제는 편견과 차별의 문제라고 예상됩니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에 탈북민 3만 4천여 명을 보내주신 이유는 한국 사회가 탈북민을 통해 향후 2천만의 북한 백성까지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탈북민을 통해 이론이 아닌 실전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 사회에서 살면서 몸에 배인 그들의 의식과 삶의 태도를 그대로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탈북민과의 소통의 장을 만들고 확장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탈북민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편견과 차별의 장벽을 허물 수 있습니다. 탈북민이 출연한 영상 채널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북한사회를 잘 알아 갈 수 있고, 그들의 고충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선두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공동체는 대한민국 국민의 천만 명이 소속된 거대 공동체인 교회라고 생각하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는 상처 입고 지친 가운데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토양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끝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이 일에 모두가 잘 쓰임 받기를 바랍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한복음 13장 34절)
글쓴이, 손정열